Mobile Heroes

창진 남 by 창진 남 | 11월 2, 2020

남창진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는 모바일 앱 리멤버는 국내 3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명함정리 서비스입니다. 현재는 명함정리 뿐 아니라 인재검색 서비스, 커뮤니티, 그리고 경제뉴스 퍼블리싱 서비스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남창진 매니저는 일반고객과 기업고객 중 일반고객 대상의 마케팅과 리멤버의 브랜드 정체성 구축까지 맡고 있다고 합니다.

남창진 매니저의 고객경험 및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여정을 Q&A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


“모든 사람은 후달린다. 결국 이기는 사람은 ‘미리’ 후달려본 사람이다.”

박신영 님의 <기획의 정석>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과연 맞는 말씀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주의하기 마련입니다. 존재조차 모르는 것을 미리 조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저와 제 주변 마케터들이 자주 빠져들어 몹시 후달리게 했던 함정 3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기준이 서로 다른 데이터를 나란히 두고 보는 것

마케터로서 일하는 동안, 고객사나 내부 동료들에게 꾸준히 받는 문의가 있었습니다. ‘A매체와 B매체의 전환수를 더했는데, 왜 저희 실제 매출데이터와 다르죠?’, ‘재유입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재유입된 채널별로 리텐션과 매출성과를 보고싶어요!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든 안되나요?’ 지금도 각종 마케팅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이는 ‘마케팅 성과의 기여를 인정하는 기준’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각 광고매체의 리포트는 유저가 자기 매체의 광고와 한번이라도 접촉했다면, 그 유저가 만든 성과를 대부분 자기 매체의 광고성과로 집계합니다. 별도의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이상, 다른 광고매체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으니, 유저가 다른 광고와 접촉했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저가 단순히 광고를 보기만 해도(view-through attribution) 광고와의 접촉으로 인정하는지, 혹은 광고를 클릭해야(click-through attribution) 인정하는지 등의 기준에 따라 광고성과의 집계가 달라집니다. 광고와 접촉하고 나서 며칠까지의 전환을 그 광고의 성과로 보는지(attribution window)의 기준에 따라서도 성과가 크게 갈립니다. 이 기준에 대한 정책은 광고매체마다 다르게 요구하기도 하니, 마케터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집니다.

심지어는 가장 먼저 접촉한 광고매체를 성과에 기여한 매체로 볼 것인지(first-touch attribution), 혹은 가장 마지막으로 접촉한 광고매체로 볼 것인지(last-touch attribution)에 따라서도 성과집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문제는 재유입 캠페인의 성과를 분석하고자 할 때 자주 일어나곤 합니다.

이 기준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면, 집계된 광고성과 데이터의 성질이나 데이터간 발생하는 오차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트리뷰션 툴을 잘 활용하면 성과 집계의 기준을 매체의 특성에 맞게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으며, 이 기준에 따라 중복된 성과집계 없이 정제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데이터가 모든 답을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데이터만으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유저의 행동패턴을 볼 때가 있습니다. 잠시 좀 딱딱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막스 베버는 백여 년 전에 인간의 행위를 네 가지 형태로 구분했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한 계산적 수단으로서의 목적합리적 행위, 자신의 가치관과 이념을 가장 중시함으로써 수행하는 가치합리적 행위,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행위를 위한 행위인 정서적 행위, 별 생각 없이 늘 해오던대로 답습하는 전통적 행위가 그것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소비자가 하는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목적합리적인 소비, 가치합리적인 소비, 정서적인 소비, 전통적인 소비를 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다 보면, 주로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유저가 여기서 충분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이탈했을거야. 그러니 할인이나 추가 혜택을 제공해볼까?’ 이런 고민에만 집중하면 자칫 소비자의 목적합리적 소비에만 매몰되기 쉽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모바일 앱 마케팅과 더불어 보상형 광고매체 운영을 병행할 때였습니다. 고객사의 상품은 월 1만원짜리 통신사 부가서비스였는데, 이걸 가입하면 약 3천원 상당의 포인트를 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이 광고는 쏠쏠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상하지요? 유저 입장에선 7천원의 손해를 보는건데 말입니다. 게다가 잊고서 해지하지 않으면 1만원 이상이 또 지출될 수 있는데 저는 이걸 왜 가입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상품의 광고는 일명 고포류라 불리는, 고스톱/포커 게임 앱 지면에서 전환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사행성 게임의 규제로 인해 유저 한 명이 하루에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저는 이 게임머니를 모두 소모한 경우에도 게임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7천원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서비스에 가입한 겁니다. 목적합리적 관점에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명백한 정서적 소비입니다.

소비자는 이처럼 게임이라는 정서적 소비를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제품을 구매합니다. 혹은 가치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주면서 비건, 동물복지, 친환경상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마케터는 소비자의 행동과 심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행위의 맥락을 읽어내는 사회학자의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마케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마케터가 소구점이나 메시지, 매체, 타깃에 대해 고민하며 고군분투를 하다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이전보다는 향상된 마케팅 성과를 얻게 됩니다. 교과서적입니다. 하지만 마케터 혼자서 이런 방식만 반복한다고 해서 크고 꾸준한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아래 문제를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마케팅은 팔고자 하는 주체와 사고자 하는 주체 사이에 발생하는 감정적 거래행위입니다. 따라서 마케팅에서도 일종의 시장경제 원리가 작용합니다. 우리가 유저에게 요구하는 부담의 크기보다, 우리가 유저에게 제공하는 편익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유저가 찾아오게 됩니다. 좀 더 풀어서 살펴볼까요?

첫째, 소비자에게 매력적이고 혁신을 가져다주는 제품일수록 유저를 쉽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비록 뚜렷한 USP가 없는 평범한 제품일지라도, 신박한 크리에이티브로 바이럴을 태워 폭발적인 유입을 만들어 낼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이 자체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요.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유입시킨 유저가 막상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유저가 제품에 머무를 동인을 찾지 못해 떠나게 되고, 기껏 얻은 제품의 입소문 또한 유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내 새로운 유저를 얻는데 드는 비용도 다시 높아집니다. 제품이 더 좋아지지 않으면 결국 유저의 획득단가는 제품의 매력도에 걸맞은 수준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둘째, 고객에게 최대한 적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할수록, 유저를 쉽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즉,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그 제품을 사용하기까지 수많은 퍼널이 존재한다면 마케팅의 성과에 한계가 생깁니다. 유저가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제품 이용을 통해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편익보다 크다고 느껴질 경우, 유저는 쉽게 이탈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저에게 더 낮은 진입장벽을 제공할 수록, 마케팅의 효과는 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이상의 두 가지는 제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제품과 관계된 수많은 부서와 협업해야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제품부서는 제품의 변화보다 안정성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마케터는 고객의 목소리와 행동에서 얻을 수 있는 맥락과 데이터를 손에 들고, 끊임없이 그들에게 변화를 설득하며 새로운 시도를 요구해야 합니다. 제품 부서와의 집요한 협업시도가 더 큰 마케팅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이 글을 쓴 저도 계속해서 실수하고 함정에 빠지며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계속 “후달려”야 배울 수 있으니까요. 앙숙과 같던 클라이언트나 동료가 커다란 사고를 쳤을 때, 일면 고소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등골 서늘한 배움이 찾아왔던 기억, 모두 있으실 겁니다. 제 이야기가 모쪼록 반면교사가 되어, 여러분의 업무 고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