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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서비스와 구독 서비스의 리텐션 마케팅 전략 차이

by 이연정 | 5월 19, 2021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에 필요한 항공권, 숙박, 렌터카 등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누적 여행자 수 790만 명을 돌파한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 여행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연정 매니저는 마이리얼트립에서 DA 중심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연정 매니저의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여정을 Q&A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


리텐션?

리텐션은 한 번 우리 서비스를 경험한 유저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지속해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케터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일 텐데요. 리텐션이 높다는 것은 유저의 재방문/재로그인/재구매 등이 높게 일어난다는 뜻이고, 한 번 유입된 유저가 다음에도 우리 서비스에 찾아오는 비율이 높다는 뜻이며, 건강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케터(와 기획자 및 여러분)들의 목표 지향점일 것입니다.

참 어렵게도 리텐션은 마케팅만 강화한다고 해서 끌어올릴 수 있는 지표는 아닙니다. 아니, 사실 마케팅이 리텐션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마케팅보다는 사용성의 좋고 나쁨이 리텐션 수치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유저를 많이 유입시켜도 사용성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리텐션이 나빠질 뿐이니까요.

그럼에도 리텐션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모순적인 이야기인가요? 마케팅이 리텐션을 본질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마케팅을 통해 잠자고 있던 리텐션을 찾아올 수는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이 리텐션에 기여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 서비스의 사용성이 정말 좋은데 유저들이 그 사실을 모를 때
  2. 우리 서비스가 특정 상황에 정말 좋은데 특정 상황에 있는 유저들이 그 사실을 모를 때
  3. 우리 서비스에 유저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있는데 사용성이 좋지 않아 유저가 못 쓰고 있을 때
  4. 유저들이 보고 그냥 넘어간 기능 및 서비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때

1, 2번이 인지와 유입의 문제, 그리고 타겟을 잘 얼마나 잘 선정해서 데려오느냐의 문제라고 한다면, 3번은 기능의 못다 한 점을 CRM 단에서 대신 풀어줄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4번은 유저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설득해내는 경우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지만 가장 파워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분명 다양한 경우들이 있겠죠. 모두에게 완벽한 서비스도 없지만 아주 엉망인 서비스도 보기 힘든 요즘, 리텐션 전략도 시장과 서비스 특성, 유저에 맞춰 다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서비스의 리텐션?

저는 지난 3년 동안 교육용 구독 서비스를 마케팅했고 최근에는 여행 커머스 서비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두 서비스의 리텐션 전략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참 신기해했는데요. 지금부터 간단히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구독 서비스의 리텐션

구독 서비스에서 리텐션은 아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지표입니다. 리텐션이 곧 구매 전환이자 서비스 본질 그 자체이기도 했는데요. 첫 유입으로부터 2주 뒤에도 유저가 계속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율이 기준값을 넘게 하기 위해 모든 부서에서 총력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오늘 꼭 업데이트해야 하는 기능인데 미처 생각 못한, 또는 진행하지 못한 UX가 있어 서비스가 불친절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속도는 빨라야 하고 리소스는 부족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이럴 때에도 구독 서비스는 리텐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충성도 높은 기존 유저들은 기다려 주겠지만 그사이 신규 유입되는 유저도 놓칠 수 없으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3번, ‘우리 서비스에 유저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있는데 사용성이 좋지 않아 유저가 못 쓰고 있을 때’의 경우가 이런 상황이었는데요. 극단적인 경우로 유저의 저니에 ‘카톡 상담하기’를 추가해서 부족한 설명을 대신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청난 수작업이 수반되었지만 서비스 개선보다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다 대화에 패턴이 보이면 알림톡이나 푸시메시지 등으로 자동화를 했습니다. 이 역시 서비스 개선보다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이라 가능했지요.

무료체험자가 체험 기간 내 이탈하지 않고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도 마케팅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첫날, 3일차, 5일차에 꿀팁 가이드 등을 보내 재방문을 유도하거나 핵심 기능을 사용한 횟수에 따라 선물을 주는 행동 리워드 제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구독 서비스에서는 (1) UX의 빈틈을 메꿔 심리스한 서비스를 만들어주거나 (2) 유저와 관계를 쌓아 서비스 친밀도/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리텐션을 도모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저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때로는 매출보다도 중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2. 여행 커머스 서비스의 리텐션

반면 여행 커머스 서비스인 마이리얼트립은 우선 ‘리텐션’의 구체적인 의미부터 구독 서비스와 달랐습니다. 다른 커머스도 마찬가지겠지만 여행 서비스는 유저를 웹/앱에 매일 방문하게 할 필요는 없거든요. 더불어 구매 주기도 구독 서비스와는 판이합니다. 여행,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 보통 1년에 4~5번을 넘기는 경우는 많이 없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상황은 달라졌지만 이 같은 특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구독 서비스에 익숙했던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차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여행 서비스에서는 리텐션을 덜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이리얼트립에서는 구독 서비스와는 다른 리텐션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바로 크로스셀입니다. 항공권, 렌터카, 숙박, 액티비티 등 여행은 자주 일어나는 이벤트는 아니지만 그 과정 사이 사이에 구매하고 고려할 것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 점에 착안해서 한 상품을 구매한 유저가 다음 고민 단계의 상품을 앱 안에서 바로 만나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항공권을 구매한 유저에게 해당 지역의 렌터카 또는 전용 버스 할인권을 제시합니다. 숙소보다 항공권 구매를 먼저 한다는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제주도 항공권을 구매하면 제주의 호텔/숙소를 추가 할인받을 수 있는 시크릿 쿠폰을 건네 드립니다. 만약 렌터카를 결제한 유저가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로 추정된다면 추첨을 통해 카시트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저가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 때는 앱 내 메시지로 보여주고,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가장 필요한 순간을 골라 푸시 메시지로 말을 겁니다. 이를테면 여행 당일, 현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 가능한 액티비티 티켓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렇듯 여행자의 상황과 취향에 맞춰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것이 여행 서비스가 줄 수 있는 매끄러운 사용성이고 재방문을 이끄는 좋은 경험이라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주의 리텐션에 집중하기보다, 다음 여행에 필요한 항공권을 구매할 때 유저가 ‘아 마이리얼트립 편했었지!’ 하고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마이리얼트립의 모든 유저분들이 ‘나다운 진짜 여행’을 하시도록, 이 모든 것들 이전에 퀄리티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준비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한 번 우리 서비스를 경험한 유저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지속해서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것. 앞서 언급했듯 리텐션은 유도한다고 이끌려와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저의 마음에 들 만한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얼마나 잘했는지에 따라 주어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마케터의 풀리지 않는 오랜 숙제이자 목표인 것 같습니다.

정답은 없어도 시도와 개선은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니, 유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더욱 리텐션이 높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각각의 인더스트리, 각자의 상황 속에서 힘내고 있을 많은 마케터분들과 함께 힘내고 싶습니다. 우리 힘내요! 그리고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봐요. 🙂